리리칼럼 1회 – 왜 말을 못해. 섹스토이 사고 싶다고 왜 말을 못해

외부기고, 칼럼
출처: redholics.com

“이거 써보셨겠네요?”

“아 물론이죠~ 이 제품은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면서 동시에 삽입이 가능한 제품으로…”

“아…… 네…..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성희롱이나 하려고 들어오는 남성 무리들, 미안하지만 내가 한 수 위다. 보통은 서로 툭툭 치고 실실 웃으며 사용 경험을 물어본다. 왜 성인용품 써 본 게 어때서? 없어서 못 쓴다. 이런 무리들은 클리토리스의 클자만 꺼내도 깍듯하게 인사하고 가게를 나간다. (클리토리스는 무슨 죄?)

내가 일했던 성인용품점은 밝은 번화가에 위치하여 젊은 친구들끼리 주로 호기심에 들어오는데, 남자건 여자건 이들은 아주 먼 미래에 경제적 능력을 갖고 다시 구매하러 오지 않는 이상 매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 구매층은 바로 이성애 커플들! (1인 고객과 동성애 커플은 이미 마음을 먹고 사러 오는 편이라 구입 자체를 설득할 필요는 없다.) 이성애 커플들은 못해도 콘돔이나 젤을 사서 나가는 편이다. 그러나 이성애 커플들이 소모품이 아닌 섹스토이를 구입하는 비율은 정말 낮은데, 물론 내 영업수완이 부족하거나 섹스토이가 아직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경향이 클 것이다. 그러나 장담하건데 구매 의사가 있어도 사지 못하는 커플들이 열에 아홉은 된다. 한발치만 더 내딛으면 새로운 섹토피아(sex-topia)의 지평이 펼쳐질텐데…!

이성애 커플들이 섹스토이를 사지 못하는 이유, 어떻게 하면 커플들이 섹스토이를 쉽게 구매할 수 있을 지, 경험에서 얻은 바를 공유하려고 한다.

*다음 내용에서 나오는 ‘커플’은 섹스토이를 구입하지 못하는 ‘이성애’ 커플을 의미합니다.

출처: redholics.com
남성의 드높은 자신감 우리는 이런 거 필요 없어

일하면서 참 많이 듣는 말이다.

“(여자 애인에게 씩 웃으며) 우리는 이런 거 필요 없잖아. 그렇지? 으하하하-”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내가 본 다수의 여성들은 자신 있게 성인용품들을 지나치는 남성을 뒤따라가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또는 현란한 섹스토이들의 움직임에 눈을 떼지 못하며 ‘응… 우린 필요 없지’ 하고 대답하는 여성들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여성이 관계 시 섹스토이를 사용해보고 싶어도, 혹시 애인의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우리의 섹스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으로 받아들일까봐 더욱 말을 꺼내지 못한다. 안 그래도 여성이 먼저 섹스에 대해서 말을 꺼내기 고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여성은 계속해서 본인의 욕구를 말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본인의 섹스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항상 서로가 만족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더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관계의 기본이다.

특히 남성들은 사랑하는 애인을 위한다면 다음 두 가지를 알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첫째는 본인의 애인이 비교적 남성에 비해 오르가즘을 느끼기 힘들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많은 커플들의 섹스가 남성의 사정으로 규정되어서 여성은 오르가즘을 못 느끼고(혹은 거짓 오르가즘과 함께) 섹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여성에게 섹스에 대해서 발언권을 적극적으로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섹스토이를 강력하게 열망하지 않더라도 (본인 또한 싫거나 거부감이 있지 않다면) 먼저 본인의 의사를 얘기하지 않는 것, 여성에게 한 번 더 물어보는 것은 아주 훌륭한 자세이다. 그리고 섹스토이는 오직 여성을 만족시키기 위한 제품이 아니라, 여성에게 사용하면 본인도 시각적 만족을 느낄 수 있으며 많은 섹스토이들이 남성에게 혹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것을 남성들이 알았으면 한다. (여러모로 남성이 손해 보지는 않는다!)

출처: redholics.com

애널플러그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

성 보수적 인식 난 이런 거 싫더라

정말 싫은 건 싫은 거다.

실제로 손님 중에 섹스토이가 정말 싫은데 애인의 등살에 밀려들어온 경우가 꽤 있었다. 일부는 좀 무례할 정도로 나를 경멸스럽게 쳐다보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내가 영업하지 않으면 상관없다. 그러나 섹스토이에 대해서 좋다고 하면 ‘이상’하기 때문에, 싫다고 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보통은 섹스토이를 사자고 먼저 권유하는 쪽은 남성인데, 여성이 섹스토이들을 작동시키면서 너무 재밌고 신났을 때 남성이 ‘우리 이거 써 볼까?’하면 부끄러워하면서 ‘이런’ 걸 어떻게 쓰나, 아니 ‘그 정도’는 아니다 혹은, 웃으며 ‘미친’ 소리 하지 말라고 대답한다. 물론 둘 다 섹스토이에 대해서 미적지근하다면 이렇게 끝나도 괜찮다.

그러나 남성이 정말 원한다면?

한국의 많은 남성들이 섹스토이 그 자체에 대해서 페티시를 갖고 있지만 여성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 말도 못 꺼낸다. 정말 원한다면, 맘먹고 한 번 권유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에그나 작은 바이브레이터 정도의 부담 없는 섹스토이를 사서 한 번 써보자고 한다거나, 섹스토이를 사용하는데 여성이 아주 만족하는 포르노를 같이 보자고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고 여성이 주체적으로 욕망 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가장 좋겠다.

출차: 매일경제

누가 먼저 얘기를 꺼낼 것인가 눈치 게임

며칠만 일 해보면, 눈빛을 보고 알 수 있다. 이 사람이 섹스토이를 원하는 지 아닌 지.

둘 다 섹스토이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에 눈을 빛내면, 바로 붙어서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판매 성공률이 가장 높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단지 구매력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그것보단 둘 중 아무도 차마 먼저 말 꺼내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커플들의 섹스 토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증거이다. 위에서 여성의 성적 욕구 말하기 어려움을 서술했지만, 남성 또한 절대 열외는 아니다. 우리의 섹스에서 무엇이 좋고 부족한 지, 각자가 어떤 페티시를 가지고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탁 터놓고 얘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섹스는 연애 관계에 있어서 적지 않은 부분이고, 섹스에서의 대화가 부족하다면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없다.

한국에서도 섹스토이가 섹필품이 되는 그날까지

영국 언론사의 통계에 따르면, 영국 가정의 1/3은 섹스토이를 구비하고 있는데, 이는 고양이를 키우는 비율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음지에 있던 성인용품점이 양지로 올라오는 중이다. 촌스러운 폰트의 ‘성인용품’이라는 글씨에 온통 불투명한 필름으로 가게를 도배하여 어디가 입구인지도 모르는 위험한 외형의 가게에서 지금의 개방적이고 밝은 분위기에 섹스토이샵이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산업 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뜻이며 대중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직접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 결과 아직 성담론의 양성화와 각 개인의 주체적이고 당당한 섹스의 일상화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모든 커플이 ‘우리 섹스토이 써볼래?’라고 말 할 수 있는 사회가 얼른 오길 기도한다. 평생 할 섹스, 더 즐겁고 건강하게 하면 안 될까?

글쓴이 | 박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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